7 voice of from Seoul

/ Gallery AP Space / 2026.06.02 - 06.10







김민지(SHEMA MINJI KIM)는 작업을 하나의 ‘숲’을 생성해가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서로 다른 생명들이 얽히고 스며들며 하나의 에너지를 이루는 풍경은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살아있는 포옹’의 형상과 맞닿아 있다. 그녀는 서로를 향해 자라고, 맞닿고, 기대고, 끌어안는 움직임 속에서 관계의 본질을 발견하며, 이를 유기적인 조형 언어로 확장해왔다.

작가는 Ewha Womans University에서 동양화를 전공했으며, 현재 KOREANECTION의 후원 아래 작업과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그녀의 작업 세계에서 ‘포옹’은 단순한 신체적 제스처가 아니라, 존재들이 관계를 맺고 그 관계가 확장되어 가는 생성의 과정이다. 작업 속 형상들은 사랑과 상실, 애틋함과 회복의 감정을 내포한 채 서로를 지탱하며 살아가는 존재들로 등장한다.

작가는 존재가 지닌 생명 에너지를 ‘열매’의 형상으로 치환한다. 각각의 열매들은 독립된 개체이면서 동시에 서로 연결된 유기체로 기능하며, 전시 공간 안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다. 이들은 공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설치되고 조합되며,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변화하고 증식하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설치 방식은 고정된 조형이 아닌, 관계 속에서 유동적으로 변화하는 생명의 상태를 드러낸다.

그녀는 한국의 전통 재료인 장지 위에 분채를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종이를 손으로 오려 가변적인 형태를 만들고, 다시 이를 조합하는 전 과정은 하나의 수행적 행위에 가깝다. 특히 가장자리를 건식 재료로 반복적으로 마찰하며 감싸는 과정은, 존재들이 서로를 어루만지고 지지하는 감각을 시각적으로 환기한다. 동시에 그 과정은 관계 안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긴장과 마찰 또한 드러낸다. 작가에게 관계란 단순히 아름답고 안정된 상태가 아니라, 서로의 곁을 스치며 변화와 흔적을 남기는 살아있는 운동이다.





이번 전시 《7 Voices from Seoul》은 한국에서 활동하는 7인의 여성 작가들이 각자의 시선과 언어로 세계를 해석하는 자리이다. 동일한 사회와 문화 안에서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서로 다른 감각과 방식으로 자신만의 목소리를 구축해낸다. 김민지의 작업은 그 안에서 ‘연결’과 ‘포옹’이라는 감각을 중심으로, 존재들이 서로를 통해 확장되어 가는 관계의 풍경을 제안한다.

메인 작업인 《The Embrace of Communion》은 다수의 조각 작업이 하나의 벽면 위에서 거대한 숲이자 포옹의 장면을 이루는 설치 작업이다. 올해 결혼을 앞둔 작가는 이 작업 안에 자신이 사유하는 ‘거룩함’의 의미를 담아낸다. 그녀에게 거룩함은 누군가를 위축시키거나 경외하게 만드는 힘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를 확장시키고 새로운 가능성과 시선을 열어주는 감각에 가깝다. 작가는 서로 다른 두 존재가 만나 하나가 된다는 것이 각자의 방향성을 소멸시키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결을 유지한 채 더 넓은 흐름과 기쁜 소식을 만들어내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번 뉴욕 전시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Forest of Solace》는 다섯 개의 연결된 장면으로 이루어진 작업이다. 작품 속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푸른 나비는 눈보라를 피해 새의 날개 아래에 숨고, 연꽃잎 안에서 잠시 쉬어가며, 빽빽한 숲속 줄기 사이에 몸을 숨긴다. 나비는 홀로 살아남는 존재가 아니라 주변의 도움과 기대 속에서 계속해서 여정을 이어간다. 그러나 이 관계는 일방적인 보호에 머물지 않는다. 숲 안의 존재들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서로의 쉼과 위로가 되며, 결국 서로를 살아가게 하는 환경이 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인간의 삶 또한 독립된 개체의 서사가 아니라, 서로의 존재를 통해 유지되고 지속되는 관계의 구조임을 이야기한다.





김민지는 오랜 시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 상처와 회복의 관계, 그리고 서로에게 기대어 자라나는 존재들에 대해 탐구해왔다. 그녀가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연결’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관계 맺음의 의미를 넘어, 생명이 지속되기 위해 서로를 붙들고 지탱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작가가 만들어내는 포옹은 결국 생존을 위한 하나의 형식이며, 존재들이 서로를 통해 살아갈 힘을 획득하는 방식이다. 때로는 얽히고 충돌하며 불완전한 형태를 띠더라도, 우리는 결국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다시 살아갈 이유와 에너지를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 그녀 작업의 핵심적인 시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