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고 연결된




서로를 끌어 안을 때 만들어지는 아름다움을 그린다.
연결되고 포옹하는 존재들이 생명력처럼 피어난 형상들 여럿을 조합하는 과정 전체가 작업이다.
이 작품은 끌어 안고, 들여다보고, 알아봐주어 풍성하게 자라나는 열매들을 모은 다정한 덩어리이다.

작업의 형태는 주로 안겨 있거나 엉겨 붙어있다. 꽃의 형태인가 싶다가도 웅크리며 끌어안고 있거나 기대어 있는 모습들을 찾을 수 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기 원하고, 사랑하고 사랑받기를 원한다. 자신이 아닌 서로를 들여다보기 위해서 주고받는 과정과 내어주고 받아들여지는 과정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지지와 가치를 인정하는 상호작용 속에서의 기쁨은 관계의 열매를 맺기에, 사랑의 포옹이 필요하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최근 작업은 살아있음을 담기 위해 정형의 네모 캔버스 형태가 아닌 가변적인 가장자리를 택했다. 동양화 재료인 장지에 분채를 사용해 쨍하지는 않지만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한지의 특징인 유연하면서도 찢어질듯한 하늘하늘함을 살려 형태들이 살아있듯이 가장자리를 손으로 오려내 모양을 만든 것이 작업의 특징이다.

가변적인 가장자리에 건식재료를 사용해 종이에 마찰을 일으키며 감싸는 작업을 하는데, 이로 모든 존재가 후광을 내듯이 보이게끔 한다. 화면에 등장하는 모든 존재를 쓰다듬고 감싸주는 것이 주인공들을 지지하는 일종의 수행적 과정이라고 여긴다. 한지가 일어나는 것을 통해 붙어있을수록 어려움이나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사람 간의 관계 또한 드러낸다. 서로에게 흔적을 남기고, 쓸림과 긁힘을 경험하고 나서야 회복의 찬란함을 마주한다.



작업의 시작은 여러장의 작업을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눈물의 숲을 그리는 것에 있었다.
눈이 온 후 겨울내내 그 자리에 있던 얼음덩어리가 비가 온 다음날 녹아 자리가 비워진 것을 보고, 사람이 마음속의 응어리를 눈물을 흘리는 과정을 통해 녹여내는 모습과 닮아 있다고 느꼈다. 응어리가 있던 공간을 비워내고 그 자리에 새로운 생명이 자라나게 되니 더 이상 눈물은 내게 슬픔과 관련이 없는, 생명력을 가진 것이 되어있었다.